영화 Catch Me If You Can: 강렬한 욕망은 사실 어디에서 오는가?

본 리뷰는 강한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영화 ‘Catch Me If You Can’의 포스터 <출처: 다음 영화>

Catch Me If You Can 은 희대의 수표위조범 프랭크 에버그네일의 일대기를 다룬 실화기반의 영화이다. 잘만든 스릴러 영화로 알려져 있는 이 영화를, 본 포스트에서는 조금 다른 관점에서 소개하고자 한다.

영화의 줄거리는 다음과 같다. 1960년대 미국의 고등학생인 프랭크 에버그네일 (디카프리오) 은 갑작스런 부모님의 이혼에 충격을 받아 가출을 결심한다. 이후 미 전역을 돌며 파일럿, 의사, 변호사 등의 행세를 하며 수표위조로 큰 돈을 번다. 이에 FBI의 칼 핸래티 (톰 행크스)는 프랭크를 쫓게되고 스릴 넘치는 추격전 끝에 프랭크를 체포한다. 후에 프랭크는 자신의 경험을 살려 FBI에서 수표위조 방지와 수표위조범 체포에 크게 일조하며 여생을 보낸다.

Catch Me If You Can은 명석한 사기꾼 프랭크 에버그네일과 그를 뒤쫓는 FBI 요원 칼 핸래티의 스릴러 영화이다. 둘 사이에서 펼쳐지는 심리전과 쫓고 쫓기는 사건들은 관객들의 마음을 쥐었다 폈다 하며 극적인 긴장감을 선사한다. 프랭크 에버그네일의 기행은 너무도 담대하고, 명석하고, 강렬하다. 돈과 여자에 대한 그의 열망은 너무도 강렬해서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원초적 욕망을 자극할 정도이다. 과연 이렇게 강렬한 욕망은 어디서 오는 것일까?

영화를 조금 더 자세히 관찰해보면, 이 영화가 그렇게 단순한 스릴러 영화가 아님을 알 수 있다. 이 영화는 프랭크 에버그네일의 파란만장한 삶을 통해 인간의 강렬한 욕망은 사실은 작은 곳에서 출발할 수 있음을 시사한다. 미 전역을 뒤집어 놓은 희대의 수표 사기극은 의외로 작은 곳에서 시작하고 끝난다. 본 포스트에서는 다음 두 가지 질문을 통해 이 영화의 숨겨진 포인트를 소개하고자 한다:

  • 왜 프랭크는 에 집착했는가?

  • 왜 프랭크는 수표위조를 택했는가?

돈: 가족 재결합의 강력한 갈망

영화 초반부는 행복한 프랭크 가족의 모습을 조명한다. 사랑이 넘치는 부모님을 보며 자란 프랭크는 아버지를 매우 존경한다. 프랭크의 부모님은 종종 부엌에서 잔잔한 음악과 함께 춤을 추곤 하는데, 프랭크는 이 모습을 행복하게 바라보며 자란 청년이다.

사이좋은 부모님과 그 모습을 흐뭇하게 바라보는 프랭크의 모습.

프랭크의 이러한 행복은 영화의 초반부에서 끝이난다. 영화는 행복한 장면 바로 뒤에 아버지가 갑자기 프랭크를 깨우는 장면을 넣음으로써 프랭크의 험난한 인생을 암시한다.

이러한 행복이 꿈같은 일임을 암시한다.

얼마 지나지 않아 프랭크 아버지의 사업이 망하게 되고 프랭크의 가족은 작은 집으로 이사한다. 프랭크의 어머니는 이러한 상황으로 인해 극심한 스트레스에 시달리게 된다. 어느날 학교에서 집에 돌아온 프랭크는 아버지의 친구 (로터리 클럽의 회장)가 엄마와 집에 함께 있음을 발견한다. 프랭크는 둘의 사이를 의심할 수 밖에 없다.

얼마 지나지 않아 프랭크는 부모님이 이혼한다는 소식을 듣게된다. 어린 프랭크는 엄마가 로터리 클럽의 회장인 아버지의 친구와 바람을 핀 것이 원인이라 생각한다. 아버지가 가난해졌기 때문에 어머니가 바람을 피운 것이라 추측한다. 프랭크는 이 모든 것들이 돈 때문에 일어난 것이라 생각하며 가출을 결심한다.

 

어린 프랭크는 부모님의 이혼에 가출을 결심한다.

 

가출한 프랭크는 수표위조범이 되어 큰 돈을 벌게 된다. 열심히 수표를 위조하여 번 돈을 편지와 함께 아버지에게 보내게 되는데, 편지에는 다음과 같이 적혀있다.

I’m sorry, I ran away but you don’t have to worry. I’m gonna get it all back, daddy. I promise. I’m gonna get it all back.

도망쳐서 죄송해요. 하지만 걱정하지 마세요. 모든걸 돌려놓을게요 아버지. 약속해요. 모든걸 돌려놓을게요.

프랭크는 오직 돈만이 행복했던 가족의 지난날을 돌려놓을 수 있는 방법이라 믿었다. 그리고 나름의 방법으로 최선을 다했다.

영화 내내 바람둥이로 이 여자 저 여자를 만나던 프랭크는 어느날 정착을 결심한다. 의사로 위장한 프랭크는 우연히 만난 간호사 브렌다가 부유한 변호사 집안의 딸이라는 것을 알게된다. 브렌다의 가족을 만난 프랭크는 브렌다 가족의 따뜻한 환대 속에서 잠시나마 자신이 그토록 그리던 가족의 따뜻함을 느끼게 된다. 그리고 브렌다와의 결혼을 결심하게 된다.

행복한 브렌다의 가족의 모습에 낯설어 하는듯 하지만 이내 편안함을 느끼는 프랭크. 그간의 사기행각들은 사실 이 작은 행복을 위해서이다.

여담으로 이 장면에서 브렌다의 부모님이 춤을 출 때 삽입된 곡은 프랭크의 부모님이 춤을 출 때의 곡과 같다 (Judy Garland – Embrace You).

Embrace me, my sweet embraceable you. Embrace me, you, irreplaceable you

안아주세요, 나의 사랑스럽고 안아주고픈 당신. 안아주세요, 당신, 바꿀 수 없는 당신.

브렌다의 부모님을 보며 예전의 행복했던 자신의 가족을 떠올리는 프랭크. 어쩌면 이 정착으로 모든것을 되돌릴 것처럼 믿었는지도 모른다.
자신을 쫓는 FBI 요원 칼 핸래티에게 전화거는 프랭크. 이제 원하는걸 찾았으니 다 끝내고 정착하겠다고 말한다.

그러나 프랭크의 인생은 역시 순탄하지 않다. FBI 요원 칼 핸래티는 끈질기게 프랭크를 추적하여 결혼식 전야제날 밤 브렌다의 집에 들이닥치게 된다. 프랭크는 브렌다에게 몇날 몇시에 공항에서 만나자며 꼭 결혼하자고 얘기하지만 브렌다는 프랭크를 배신하고 결국 프랭크의 꿈은 물거품이 되어버린다.

 

수표위조와 거짓말: 아버지를 향한 존경과 세상에 대한 복수

프랭크는 영화 내내 거짓말과 기만을 일삼는다. 프랭크가 거짓말쟁이가 된 이유를 영화는 아버지에게서 찾는다.

프랭크의 아버지는 프랭크의 선망의 대상이다. 프랭크의 아버지는 로터리 클럽 평생회원 가입연설에서 다음과 같은 연설을 하고, 프랭크는 진심을 담아 아버지께 박수를 보낸다.

Two little mice fell in a bucket of cream. The first mouse quickly gave up and drowned. The second mouse, wouldn’t quit. He struggled so hard that eventually he churned that cream into butter and crawled out. Gentlemen, as of this moment, I am that second mouse.

두 마리의 생쥐가 크림통에 빠졌습니다. 첫번째 쥐는 빠르게 포기하고 익사했지만, 두 번째 쥐는 포기하지 않았습니다. 그는 매우 열심히 저항했고, 결국 크림이 버터가 되어 쥐는 탈출할 수 있었습니다. 여러분, 이 순간, 저는 두 번째 생쥐입니다.

 

아버지의 연설에 열심히 박수치는 프랭크.

위의 연설문은 영화 내내 반복되며 프랭크가 곤경에 처할때마다 사용해먹는다. 사실 프랭크의 사기행각은, 크림통에 빠진 쥐의 무엇이라도 해보겠다는 필사적 발짓과도 같은 것이다 (그것이 옳은지는 차지하고).

거짓말이 수도없이 반복되는 이 영화의 첫번째 거짓말은 아이러니하게 프랭크 아버지의 거짓말이다. 아버지는 은행에서 대출심사를 받기 위해 양복점에 들러 프랭크의 양복을 대여하려 한다. 가게를 아직 열지 않았다는 점원의 말에 프랭크의 아버지는 두 가지 거짓말로 목적을 달성하려 한다.

양복을 빌리기 위해 거짓말과 매수를 일삼는 아버지. 프랭크는 이 장면을 모두 옆에서 지켜본다.

 

어렵사리 양복을 구해 은행에 도착하는 프랭크와 그의 아버지. 하지만 은행은 대출을 완강히 거부하고 결국 아버지의 사업은 파산에 이르게 된다. 사실 대출거절의 큰 사유 중 하나는 아버지가 탈세로 국세청 조사를 받고 있다는 점이었다. 그러나 어린 프랭크에게는 사랑하는 아버지에게 대출을 해주지 않은 은행의 무자비함만이 느껴졌을지도 모른다.

부모님의 이혼 후 집을 나간 프랭크는 직업위조와 수표위조를 일삼으며 사기행각을 벌인다. 어릴적 아버지에게서 보고 배운대로 수표위조를 위해 복장 (파일럿 제복, 양복 등) 을 잘 갖춰입고, 목걸이로 여성을 매수하는 수법을 반복해서 사용한다. 프랭크가 수표위조를 일삼은 것은 어쩌면 아버지의 대출을 거부한 은행권에 대한 복수와 실패한 아버지의 방법으로 성공하고자 하는 무의식적 욕망에 근거했으리라 보인다. 프랭크는 제복을 입고 위조수표를 현금으로 교환하며 은행을 조롱한다.

프랭크의 아버지도 프랭크의 사기행각을 눈치챈다. 그러나 그는 프랭크를 만류하지 않는다. 사실은 본인의 억압된 욕망을 프랭크가 대신 실현해주기를 바랬을지도 모른다.

Where are you going Frank? Some place exotic? Just tell me where you are going.

어디를 갈거니 프랭크? 어디 이국적인곳? 어디 갈건지 내게 한 번 말해다오.

영화 내 프랭크는 천재적인 두뇌의 소유자로 묘사된다. 어쩌면 정당한 일을 통해서도 큰 돈을 벌었을지 모르는 일이다. 그러나 아버지의 모습을 보고자란 프랭크는 그 많고 많은 방법 중 수표위조를 택한다.

 

화려한 이야기의 소박한 종점: 가족의 재결합

영화 Catch Me If You Can는 미 전역을 돌며 수표위조 행각을 벌이는 프랭크의 크고 화려한 이야기이다. 프랭크는 수표위조를 통해 FBI 요원들을 물먹이고, 여자들을 농락하며 미국 방방곳곳을 누빈다. 이 화려한 범죄이야기는 아이러니하게도 아주 작은 도시에서 끝이 나게 된다.

칼 핸레티에게서 다시 한 번 탈출한 프랭크는 프랑스의 작은 마을인 몽샤드에서 핸래티에게 체포된다. 몽샤드는 프랭크의 부모님이 댄스파티를 통해 처음 만난 곳이다. 프랭크가 그곳에서 위조수표를 열심히 찍어내고 있었던 것은 결코 우연히 아닐 것이다. 프랭크는 부모님의 추억이 담긴 작은 도시에서 가족재결합의 간절한 염원이 담긴 위조수표를 열심히 찍어내고 있었다.

프랑스에서 체포되어 미국으로 돌아오는 비행기에서 프랭크는 아버지의 죽음소식을 듣게 된다. 프랭크는 오열하며 화장실로 향하고, 그 와중에 밑바닥을 뜯고 도망친다. 그렇게 도망친 프랭크는 프랭크가 그토록 보고싶어했던 어머니의 집으로 향하게 된다.

아버지의 죽음 소식을 들은 후 찾아온 어머니의 집. 프랭크는 창문너머로 어머니를 바라본다.

 

창문 너머로 한 소녀가 다가오고, 프랭크는 소녀에게 너희 엄마가 누구냐며 묻는다. 소녀는 아무렇지 않게 프랭크의 어머니를 가리킨다.

“너희 엄마 어디 계시니?” 라는 질문에 프랭크의 어머니를 가리키는 소녀.

 

프랭크가 그토록 필사적으로 노력해서 가지려 했던 것들을 이 소녀는 너무 쉽게 가지고 있다.

프랭크가 그토록 달려 찾아온 집은 프랭크의 집이 아니었다. 따뜻하고 행복해보이는 그 집은 프랭크의 가족이 사는 집이 아니었다. 그렇게 되고 싶었던 자기 자신은 유리창 너머에 내가 아닌 한 소녀의 모습으로 나타난다. 인생을 바쳐 행복한 자신의 가정을 되돌리려 했던 프랭크는 자신이 실패했음을 깨닫는다. 잡을 수 있으면 잡아봐라라며 경찰들을 조롱하고 은행들을 농락했던 프랭크는 이곳에서 모든 것을 포기하고 경찰에게 체포된다.

때로는 파일럿, 의사, 변호사, 바람둥이, 제임스본드 등 화려하고 기만스러운 프랭크 에버그네일의 거짓된 삶은, 사실은 행복했던 가족을 찾아다녔던 한 청년의 삶으로 이해할 수 있다. 이 영화는 사실 화려한 사기꾼의 파란만장 스토리가 아닌 한 청년이 지극히 평범한 삶을 찾아 필사적으로 저항하는 비극적 스토리이다.

캐치 미 이프 유 캔
<출처: 다음영화>

FBI에 체포되어 감옥에 복역하던 중, 프랭크는 감형을 조건으로 수표위조범 수사에 협조할 것을 권유받는다. 이후 프랭크가 FBI에서 요원이 되어 많은 수표위조범들을 잡는 것으로 영화는 마무리된다.

영화 Catch Me If You Can은 인간의 강렬한 욕망의 근원을 잘 나타내는 영화이다. 많은 아이들의 비정상적인 행동과 열망은 사실 부모로부터 올때가 많다. 부모에게서 인정받기 위해, 혹은 부모를 기쁘게 하기 위해 아이들이 필요 이상의 노력을 할때가 많다. 비극은 아이들의 노력이 부모의 욕망을 채울 수 없음을 깨닫고서는 결국엔 체념하게 되는 것이다.

그러나 다행히도 인생에는 두번째, 세번째 기회들이 있다. 프랭크를 잡기 위해 고군분투했던 요원 칼 핸레티는 프랭크의 재능을 알아보고는 요원의 기회를 제공한다. 다시금 도망치려 했던 프랭크는 칼의 믿음에 부응하고자 FBI로 돌아와 일한다. 어쩌면 우리 인생에는 부모가 아닌 다른 사람을 통해 치유받는 기회가 있을지 모르는 것이다.

영화의 서두에서 나온 연설과 같이, 프랭크 에버그네일은 두번째 쥐다. 비록 우유통에 빠졌지만, 불운한 그의 삶에 대해 그 나름대로 필사적으로 저항했다 (방법의 정당성은 물론 문제가 있다). 이후의 삶이 어떠했는지는 모르겠지만, 그가 좋은 가족을 만나 행복하고 편안하게 살았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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