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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 BILLY BAT (빌리 배트): 21세기 만화가

본 리뷰는 강한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Wasn’t writing a kind of soaring, an achievable form of flight, of fancy, of the imagination?

글쓰기란 비행, 공상, 그리고 상상의 원대하고 달성가능한 형식이 아니었던가?

– 이안 맥큐어, 소설 ‘속죄’ 중에서 –

세상은 정말 빠르게 변한다. 변화는 만화가에게도 예외는 아니다. 현재 대부분의 만화 산업의 생산과 소비가 온라인 상에서 이뤄진다. 현대의 독자들은 길고 복잡한 이야기를 기다려주지 않는다.

우라사와 나오키의 만화 ‘빌리 배트’는 만화가의 역할과 만화의 존재 이유에 대한 이야기이다. 본 작품은 우라사와 나오키의 만화가로서의 자화상이자 자기고백을 담고있다.

빌리 배트의 줄거리는 다음과 같다. 1960년대 미국, 만화 ‘빌리 배트’ 시리즈로 유명한 일본계 미국인 케빈 야마가타는 ‘빌리 배트’를 일본에서 본적이 있다는 소문을 듣는다. 케빈 야마가타는 혹 자신의 만화가 표절일지 모른다는 생각에 원작자를 찾아 일본으로 떠나게 되고 그곳에서 친구의 살인 혐의를 뒤집어쓰고 쫓기는 신세가 된다. 도주 과정에서 ‘빌리 배트’와 관련된 두루마리의 비밀을 발견하게 되고 케빈은 자신이 영감을 받아 그린 그림들이 실제 사건들로 일어나는 광경을 목격한다. 케빈이 영감을 받아 그린 ‘빌리 배트’는 케네디 암살, 911 테러 등과 같은 사건들을 예언하고, 케빈과 주변 인물들은 인류에게 닥칠 재앙을 막기위해 고군분투 한다.

박쥐는 본 작품을 관통하는 심볼이다. 박쥐는 미국과 미국의 거대 미디어 사업을 상징한다. 작중에서의 빌리배트 랜드는 디즈니랜드, 척 컬킨은 디즈니를 오마쥬한다. 박쥐를 통해 대변되는 역사적 사건들은 (911 테러, 케네디 암살, 달 착륙) 은 현대사에 미국이 끼친 영향과 미디어의 파급력을 의미한다. ‘인류사에 크나큰 영향을 미치는 박쥐 빌리 배트’의 이야기를 통해 작가는 미디어의 실제적 영향력을 시사한다.

빌리배트는 유명한 음모론들의 총집합이다. 도쿄 대지진, 오다 노부나가의 죽음, 히틀러, 아인슈타인, 케네디 암살, 달 착륙, 911테러 등 많은 음모론들이 박쥐와 직간접적으로 연관되어 등장한다. 이러한 사건들은 우라사와 나오키의 또 다른 작품인 ’20세기 소년’에서처럼, 작가 본인의 향수가 투영되어 재해석된다. 풀어놓은 음모론들이 너무 많아 어떤 독자들에게는 우라사와 나오키의 전 작품들처럼 빈약한 결말에 대한 아쉬움을 느낄 수도 있으리라 생각한다.

많은 음모론들과 함께 시공간을 넘나드는 이 복잡한 이야기의 메세지는 일관적이다. ‘만화가는 만화를 그림으로써 세상을 바꿀 수 있다’는 것이다.작가는 주인공 케빈 야마구치의 이야기를 통해 만화가의 역할을 강조한다. 케빈 야마구치의 만화는 미래를 예견한다. 이 만화를 통해 사람들은 비극적 미래를 막기위해 고군분투하는데, 이는 만화의 사회적 파급력을 상징한다. 만화가 케빈 야마구치는 만화가의 역할이 단순히 사람들에게 즐거움을 주는 것 이상이 될 수 있음을 주장한다.

작품의 후반부에서 위기는 점점 고조되고 2030년의 인류는 세계 전쟁과 물부족으로 멸망 위기에 처한다. 인류 멸망을 막는 법을 찾기 위해 가까스로 박쥐의 원본을 찾아간 주인공 일행에게 ‘빌리 배트’의 답변은 다음과 같다.

Draw me

나를 그려

나를 그려라? 박쥐를 그림으로써 물 부족 문제를 해결하고 전쟁을 막을 수 있다는 발상은 황당하다. 그러나 작품의 가장 말미에 ‘빌리배트’ 만화의 마지막편을 읽고 세상을 구하는 꿈이 생겼다는 한 어린이 (박쥐는 이 어린이가 실제로 세계를 구할 것임을 예언한다) 의 고백은, 만화를 통해 사람들에게 영감을 주고 세상을 바꿀 수도 있다는 작가의 희망과 믿음을 대변한다. 인류가 멸망위기에 처한 상황에서도 묵묵히 만화를 그리는 케빈 야마가타는, 작가 자신의 각오이자 이상일지 모른다.

맨부커상을 수상한 영국의 소설가 이안 맥큐어 경은 그의 소설 ‘속죄’ 에서 다음과 같이 고백한다.

“글쓰기란 비행, 공상, 그리고 상상의 원대하고 달성가능한 형식이 아니었던가?”

나는 만화를 ‘우리 모두의 상상과 바램을 대변하는 예술의 형식’이라 정의하고 싶다. 일본을 대표하는 만화가 우라사와 나오키는 만화 ‘빌리 배트’를 통해 만화가로서의 자신과 21세기 만화가의 역할에 대한 고찰을 공유한다. ’20세기 소년’, ‘몬스터’, ‘마스터 키튼’ 등 많은 걸작만화를 그려낸 중견 만화가의 자기고찰적 작품인 만화 ‘빌리배트’가 더더욱 빛나는 이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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