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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It (그것) 리뷰: 소년 소녀는 두려움을 어떻게 극복했나?

내가 어렸을 적에 두려웠던 것들이 몇 가지 있다. 첫째는 몰려다니던 동네 누나들인데 혹시나 그들의 비웃음거리가 될까 걱정했다. 둘째는 귀신으로 티비에서 무서운 드라마나 영화를 보던 날에는 며칠간 그 영상이 떠올라 힘들었던 기억이 있다. 또다른 두려움으로는 초등학교 때의 기억이 있다. 6학년 형이 빌려준 게임 CD를 잃어버렸는데 약 2주간 매 쉬는시간마다 형들에게 시달렸다. 나를 추궁한다고 잃어버린 CD를 찾을리 없건만 나는 분풀이의 대상이 되었다. 어린 나는 쉬는시간이 정말로 두려웠다. 성인이 된 지금은 웃으며 회상할 수 있는 이야기이다.

누구나 이와 비슷한 유년기의 두려움에 대한 기억을 하나씩은 가지고 있으리라 생각한다. 그 대상과 사건이 무엇이었든, 그것이 커서는 우스워 졌을지라도, 어린날의 우리에게 정말로 큰 두려움을 안겨주었던 그 무언가는 있었을 것이다. 영화 It (그것)은 우리가 두려워했던 그 무언가와 우리가 그것을 어떻게 이겨내고 성장했는지를 아주 평범한 아이들을 통해 우리에게 보여준다. It은 누구나 한번쯤 가져봤을 유년기의 두려움을 ‘광대 공포영화’로 포장하여, 스티븐 킹의 원작소설을 훌륭히 재해석해 우리에게 전달한다.

영화의 주인공은 불량소년 집단에게 괴롭힘을 당하는 찌질이(Loser)들이다. 이들은 공통적으로 광대를 두려워하지만, 각자 자신들이 특별히 두려워하는 존재들을 갖고 있다. 비벌리는 또래들에게 집단 괴롭힘을 당하고, 빌은 동생을 구하지 못한 죄책감에 시달리며, 마이크는 부모님의 목숨을 앗아간 화재의 트라우마로 고통받고, 유대인 스탠리는 그림속의 기괴한 여자가 두렵다. 벤은 헨리를 포함한 불량아들에게 지속적으로 괴롭힘을 당한다.

한가지 흥미로운 것은 이 영화속에서 많은 아이들이 공통적으로 ‘부모’를 매우 두려워하거나 증오한다. 비벌리는 자신을 성적으로 희롱하거나 추행하는 아버지를, 에디는 자신을 구속하는 어머니를, 학교폭력의 가해자 헨리는 자신을 무시하는 강력한 경찰 아버지를 증오하고 두려워한다. 이는 ‘프로이트가 어린 아이들이 가지고 있다고 주장하는’ 오이디푸스 컴플렉스를 상징적으로 나타낸다.

영화에서 이 아이들이 두려움을 극복하는 원동력은 두 가지로 대표된다. 첫째는 루저클럽 친구들이고, 둘째는 두려움의 대상을 직면하는 것이다. 친구가 별로 없거나 외톨이였던 루저 아이들 여섯이 모여 만든 루저클럽은, 혼자서는 두려워하던 것도 이겨낼 수 있는 힘을 아이들에게 제공한다. 또한 그들이 공통적으로 두려워했던 It을 모두 함께 직면함으로써, 두려워하던 존재에 대한 실체를 인식하고 It을 이길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갖게된다. 이는 우리가 유년기의 두려움을 극복하는 과정을 떠올리게 하는데, 성인이 되어가며 점점 사회속에 속하게 되고 우리가 두려워했던 것들의 실체를 깨닫게 되면서 두려워하는 것들이 줄어드는 (혹은 두려움의 대상이 바뀌는) 우리의 모습을 회상하게 한다.

사족으로 영화 속 헨리는 아버지에 대한 두려움을 다른 아이들을 괴롭히는 것으로 해소하는 모습을 보이는데, 결국 헨리는 루저클럽 아이들처럼 건강한 방법으로 두려움을 해소하지 못하고 It에게 홀려 아버지를 죽임으로써 두려움에서 벗어나려 한다. 원작에 따르면 아버지를 살해한 헨리는 성인이 되어 방황하는 인생을 살게 된다고 하는데, 이 영화의 슬로건인 “You’ll float too” 에서 볼 수 있듯이 It에게 먹힌 사람들은 float (떠다니다) 하게 된다. 개인적으로 float을 두려움을 건강히 극복하지 못한 이들의 방황으로 해석하고 싶다.

영화 It이 우리에게 주는 메세지가 특별할 것은 없다. 그러나 70년대 느낌의 레트로한 영상과 음악들, 그리고 두려움을 극복하고 성장하는 유년들의 이야기는 우리의 향수를 자극한다. 개인적으로 나의 문화와 비교적 거리가 있는 이야기임에도 묘한 공감대를 느낄 수 있었다. 2019년 개봉예정인 It의 두번째 이야기는 29년 후 루저클럽의 이야기를 그린다. 이미 유년기의 공포를 극복하고 성장한 아이들이 성인이 되어서도 갖게되는 두려움이 무엇일지, 그리고 성인이 된 루저클럽은 과연 그것을 어떻게 이겨나갈지, 그 이야기가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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