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코코: 기억해 그리고 함께해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다수 포함되어 있을 수 있습니다

코코
Source: 영화 <코코>

디즈니와 픽사가 2018년에 새로이 선보인 ‘코코’는 주인공 미구엘이 이승과 저승을 넘나들며 뮤지션이 되기 위한 꿈과 신발을 만드는 가업을 잇기를 바라는 가족들의 바램 사이에서의 갈등을 그리는 내용의 애니메이션이다.

최근의 디즈니-픽사는 본 애니메이션 상영 전 단편 애니메이션을 상영한다. 이번에 상영하는 단편은 ‘올라프의 겨울왕국 어드벤쳐’라는 겨울왕국의 단편으로, 무려 22분이라는 단편치고는 긴 러닝타임이 특징이다.

올라프의 겨울왕국 어드벤쳐: 가족의 전통과 형태의 의미

코코
Source: 영화 <코코>

‘코코’ 이야기에 앞서 단편 이야기를 먼저 하고자 한다. 이 단편의 메세지가 본편인 ‘코코’를 더욱 잘 이해할 수 있게 해준다.

‘올라프의 겨울왕국 어드벤쳐’는 크리스마스 시즌에 올라프가 엘사와 안나 집안에 전통을 만들어주기 위해 마을 각 집들의 전통을 조사하고 이를 모아 엘사와 안나에게 전달하는 과정을 다룬 단편 애니메이션이다.

올라프는 전통과 관련된 물품들을 마차에 잔뜩 실어 안나와 엘사에게로 향한다. 그러나 도중 화재와 늑대를 만나 모든 것을 잃고 상심에 빠진다. 하지만 엘사와 안나는 그런 올라프를 위로하며 우리 집안의 크리스마스 전통은 두 자매를 이어준 매개인 ‘올라프’임을 고백하고 영화는 해피엔딩으로 끝난다.

해당 단편의 가장 큰 특징은 ‘엘사-안나-올라프 가족의 형태’이다. 온 마을에서 엘사-안나의 가족만 크리스마스 전통이 없으며 오직 자매 둘만 있는 드문 형태의 가족을 이루고 있다. 올라프는 마을의 각 가족의 전통을 찾아나서며 노래 ‘That time of the year’ 를 통해 마을사람들과 관객에게 질문한다.

“Do you have tradition things for that time of year”

(당신의 가족은 크리스마스에 어떤 전통이 있나요?)

그동안의 디즈니 애니메이션에서 비인간 캐릭터들의 위치를 감안하면 올라프가 포함된 가족은 매우 진보적이다. 다시말해 엘사-안나-올라프 가족은 ‘부모님이 계시지 않으며, 자매 둘과 비인간이 구성원인’ 보기 드문 형태의 가족이다.

본 단편은 이러한 이야기를 통해 새로운 형태의 가족의 의의를 전달한다. 최근 미국사회는 가족문화와 구성원에서 큰 변화를 맞이하고 있다. 2015년부터 미국에서 동성결혼이 합법화됨에 따라 동성 및 입양 가족의 수가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자연스럽게 가족의 정의와 구조도 달라질 수밖에 없다. 그러나 전통적인 가족과 새로운 가족이 공존하기는 쉽지 않다. 단순히 형태의 변화 뿐만 아니라 가치관의 충돌이 수반되기 때문이다. ‘올라프의 겨울왕국 어드벤쳐’는 이러한 사회변화 속에서 가족의 본질을 관객들에게 상기시킴을 통해 새로운 가족의 모습에 정당성을 부여한다. 단편은 마지막에 가족은 본질적으로 ‘사랑으로 뭉친 구성원들의 모임’ 이라는 메시지를 관객에게 던짐으로써 가족구성원의 ‘형태’보다는 ‘사랑’이 중요하다는 점을 시사한다.

코코: 전통의 중요성과 두 가지 상반된 가치의 공존

영화 ‘코코’는 멕시코의 작은 소년 미구엘이 여러 역경을 이겨내고 뮤지션이 되는 이야기를 그리고 있다. 뮤지션이 되기 위해 가족을 버리고 집을 나간 미구엘의 조상 때문에 미구엘의 가족들은 음악의 ‘음’자도 못꺼내게 할만큼 음악을 싫어한다. 그러나 음악을 너무나 사랑하는 미구엘은 가족 몰래 슈퍼스타 ‘에르네스토’를 따라하며 뮤지션의 꿈을 키운다.

‘코코’는 진부한 이야기를 신선한 방식으로 관객에게 전달한다. 집안의 가장이 노랫바람이 나서 집을 나가 돌아오지 않아 어머니가 가족을 일으키셨다.” 라는 설정은 진부하다. 그러나 영화는 해당 설정을 주인공의 나레이션과 함께 멕시코의 종이공예 ‘Papel Picado’ 를 통해 독창적 프레임으로 변신시킨다.

엘 멕시코의 종이 공예인 Papel Picado. 색채가 정말 아름답다. 출처 <디즈니>

주인공의 설정도 진부하다. 주인공 미구엘은 ‘집안의 전통 때문에 음악가가 되고싶은 꿈을 감춰야만 하는’ 전형적인 주인공이다. 미구엘의 가족은 미구엘의 음악활동을 지독히도 반대한다. 여기에 사실은 ‘몰래 연습한 음악에 천부적인 소질이 있다’는 설정도 흔하디 흔하다. 그러나 남미 음악의 선율을 통해 전해지는 미구엘의 연주와 노래는 그동안의 디즈니 애니메이션에서는 보지못한 새로움을 느끼게 한다.

‘코코’에서 전달하는 ‘성공’은 기존의 애니메이션과는 차별성을 둔다. 영화는 자칫 뻔할 수 있는 성공스토리에 더 중요한 가치들을 추가한다. 친구를 독살하여 성공에 이른 ‘에르네스토’와 모든 히트곡을 작곡하고도 에르네스토에 독살당해 비참하게 인생을 마감한 ‘헥터’를 통해 성공 뒤에 숨은 비열함과 인생의 허무함을 시사한다. 또한 가족을 위해 꿈을 포기하려고까지 했던 미구엘을 통해 꿈과 성공보다 더 중요한 것이 있음도 보여준다.

‘코코’는 러닝타임 내내 상반되는 두 가지의 가치를 강조한다. ‘이승과 저승’, ‘가업을 잇는 것과 개인의 꿈을 실현하는 것’, ‘삶과 죽음’, ‘저주와 축복’, ‘기억과 망각’. 그리고 미구엘은 그 둘을 넘나들며 연결하는 존재이다. 이승과 저승을 오가며, 가족을 지키면서도 자신의 꿈을 실현하고, 저주와 축복을 받고, ‘코코’ 할머니의 망각을 저승에서 배워온 ‘Remember Me’ (기억해줘) 라는 노래를 부름으로써 기억으로 연결한다.

영화의 시작에서 미구엘은 ‘코코’ 할머니에게 일방적으로 이야기한다 (자신의 보조개가 어쩌다는 둥 자신이 무엇을 좋아한다는 둥 ). 그러나 영화의 말미에서 ‘코코’ 할머니와 미구엘이 함께 노래하는 장면은 영화의 시작과 끝을 ‘연결’하며 방점을 찍는다.

코코
Source: 영화 <코코>

영화는 디즈니-픽사 영화가 으레 그렇듯 ‘미구엘이 뮤지션의 길을 포기하지 않으면서도 가족들과 함께 살아가는’ 해피엔딩으로 끝이난다. 하지만 이 뻔한 엔딩 속에는 ‘가업을 잇지 않는 새로운 가족 구성원’과 ‘가업을 지속하는 전통적 가족’이 공존할 수 있음을 내포하고 있다.

결론을 내리며 다시 ‘올라프의 겨울왕국 어드벤쳐’ 이야기로 돌아가보자. ‘올라프의 겨울왕국 어드벤쳐’에서 디즈니-픽사는 새로운 형태의 진보적인 가족의 모습을 제시한다. 그리고 ‘코코’에서는 전통적 가족의 중요성을 보여준다. 나아가 가족의 가업을 잇지 않고 뮤지션이 된 미구엘을 통해 “새로운 가족의 패러다임이 전통적 형태의 가족과 공존할 수 있는가?”라는 질문에 대한 나름의 해답을 내놓는다. 영화 ‘코코’는 “그러한 공존은 결코 우연히 되지 않으며 우리의 용감한 미구엘과 같이 서로 다른 세상을 이해하고 연결하는 사람들이 있음에 가능하다”는 메세지를 지금 전환점에 살고있는 우리에게 던진다.

 한줄평: 새로움은 꼭 전통을 희생해야 얻을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위대한 공존은 모두를 이해하고자 노력하는 용감한 이들에 의해 가능하다.

댓글 남기기

이메일은 공개되지 않습니다. 필수 입력창은 * 로 표시되어 있습니다

Back to Top
%d 블로거가 이것을 좋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