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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라프의 겨울왕국 어드벤쳐 & 코코 리뷰: 옛것과 새것의 공존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디즈니-픽사의 장편 애니메이션 ‘코코’는 음악가를 꿈꾸는 미구엘이 저승과 이승을 오가며 겪게되는 이야기를 다룬다. ‘코코’는 망자의 날 멕시코와 저승세계를 강렬한 색채와 남미풍 음악으로 표현한다. 

잠시 다른 이야기를 하고자 한다. 본편 ‘코코’ 상영 전 ‘올라프의 겨울왕국 어드벤쳐’ 단편이 무려 20분 가량 상영되었다. 그간 디즈니-픽사 단편들에 비하면 이례적인 상영 시간이다. 왜 이렇게 긴 단편을 본편에 앞서 상영한 것일까? 그저 본편에 앞서 분위기를 띄우기 위한 용도인 것일까? 디즈니-픽사가 아무 생각없이 앞서 상영될 단편을 결정했을리가 없다. 조금 더 살펴보면 단편의 메시지는 본편의 그것과 깊게 연관된다.

올라프의 겨울왕국 어드벤쳐: 새로운 가족의 모습

‘올라프의 겨울왕국 어드벤쳐’의 줄거리는 다음과 같다.

크리스마스를 앞둔 올라프는 엘사와 안나 집안에 전통을 새로이 만들어주고자 한다. 이를 위해 올라프는 마을 각 집들의 전통을 조사하기로 결심한다. 그러나 각 집의 전통 물품들을 운반하던 도중 늑대를 만나 모든 것을 잃어버린다. 엘사와 안나는 상심에 빠진 올라프를 위로한다. 그리고 ‘올라프는 우리 집안의 크리스마스 전통이자 소중한 가족 구성원’이라 말하며 해피엔딩으로 단편이 마무리된다.

디즈니-픽사 영화에서 비 인간 캐릭터와 인간 캐릭터의 가족 구성은 이례적이다. 뮬란의 무슈, 토이스토리의 우디와 버즈, 인어공주의 세바스찬 모두는 주인공의 가장 친한 친구일뿐 가족은 아니다. 심지어 엘사-안나-올라프가 이루는 가족은 조금 특별하다. 부모님이 계시지 않으며, 자매 둘과 비인간이 구성원인, 전통적인 관점에서 벗어난 가족이다. 

이 단편의 메시지는 선명하다: 가족의 형태는 중요하지 않다. 이는 가족문화와 구성에서 큰 변화를 보이는 현대 미국사회를 반영한 것이다. 2015년 미국에서 동성결혼이 합법화됨에 따라 동성 및 입양 가족의 수가 증가했다. 자연스럽게 가족의 정의와 구조도 달라질 수밖에 없다. ‘올라프의 겨울왕국 어드벤쳐’는 이러한 사회변화 속에서 가족의 본질을 관객들에게 상기시키기고, 새로운 가족의 모습에 정당성을 부여한다. 이 단편의 메시지는 ‘가족의 형태’보다는 ‘구성원간의 사랑’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코코: 전통의 중요성과 두 가지 상반된 가치의 공존

본편 ‘코코’에서는 매우 전통적인 형태의 가족을 다룬다. 이를 통해 전통이 가지는 가치를 이야기한다. ‘코코’의 간략한 줄거리는 다음과 같다. 

멕시코의 작은 소년 미구엘은 위대한 뮤지션이 되고 싶다. 그러나 뮤지션이 되기 위해 가족을 버리고 집을 나간 미구엘의 조상 때문에 미구엘의 가족들은 이를 결사 반대한다. 미구엘은 가족 몰래 슈퍼스타 에르네스토를 따라하며 뮤지션의 꿈을 키운다. 미구엘은 망자의 날 우연히 저승 세계에서 에르네스토와 가난한 뮤지션 헥터를 만나게 된다. 그러나 미구엘은 자신이 흠모하던 에르네스토가 악당임을 깨닫게 되고, 에르네스토와 싸워 헥터를 구하고 저승을 무사히 빠져나가게 된다. 결국 미구엘은 가족을 설득하고 자신이 그토록 원하던 뮤지션의 꿈을 이루게 된다.

엘 멕시코의 종이 공예인 Papel Picado. 색채가 정말 아름답다. 출처 <디즈니>

‘코코’가 이야기하는 ‘성공’은 다른 애니메이션과는 다르다. 주인공이 꿈을 이루는 이야기는 진부하다. ‘코코’에서는 성공의 뒷모습을 이야기한다. ‘헥터’를 독살하고 히트곡을 빼앗아 성공에 이른 ‘에르네스토’는 실력없이 비열함으로 성공한 이들을 상징한다. ‘헥터’는 실력을 갖추고도 불운으로 성공하지 못한 이들을 상징한다. 가족을 위해 꿈을 포기하려 하는 미구엘의 모습은 꼭 성공이 최고의 가치가 아닐 수 있음을 시사한다. ‘코코’는 ‘성공’의 다양한 측면을 입체적으로 이야기한다.

‘코코’에서는 상반된 가치들이 끊임없이 드러난다. ‘이승과 저승’, ‘삶과 죽음’, ‘가업의 계승과 개인의 삶’, ‘저주와 축복’, ‘기억과 망각’ 등이 영화 내내 대립한다. 그리고 주인공 미구엘은 상반된 가치들을 계속해서 넘나드는 영화 속 유일한 존재이다. 이승과 저승을 오가며, 가족을 지키면서도 자신의 꿈을 실현하고, 저주와 축복을 동시에 받는다. 저승에서 배워온 ‘Remember Me’ 노래를 통해 이승에 계신 할머니의 기억을 망각으로부터 되살린다. 영화의 시작에서 미구엘은 할머니에게 일방적으로 이야기하는 존재이다(자신의 보조개가 어쩌다는 둥 자신이 무엇을 좋아한다는 둥 ). 영화의 말미에서 할머니와 미구엘이 함께 노래하는 장면은 영화의 시작과 끝을 수미상관 구조로 연결한다. 영화는 미구엘을 통해 상반된 두 가치가 연결되는 것을 반복해서 보여준다.

코코
Source: Daum 영화

결국 미구엘은 뮤지션의 길을 포기하지 않으면서도 가족들과 함께 공존한다. 이 뻔한 엔딩 속에는 ‘가업을 잇지 않는 새로운 가족 구성원’과 ‘가업을 지속하는 전통적 가족’이 공존할 수 있음을 내포하고 있다.

단편 ‘올라프의 겨울왕국 어드벤쳐’에서 디즈니-픽사는 진보적인 가족의 모습을 제시한다. 그리고 ‘코코’에서는 전통적 가족의 모습과 새로운 가치의 공존이 가능하다 이야기한다. 단편과 본편은 마치 하나의 작품처럼 ‘새로운 가족의 패러다임이 전통적 형태의 가족과 공존할 수 있다’는 메시지를 관객들에게 전달한다.

미구엘은 저승과 이승 두 세상을 분주히 오간다. 그리고 서로 다른 두 세상을 이해하고, 연결하고자 부단히 노력한다. 옛것과 새것의 공존은 미구엘과 같은 용감한 이들에 의해서만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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