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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Catch Me If You Can (캐치 미 이프 유 캔) 리뷰: 부모, 가족, 결핍

본 리뷰는 강한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Catch Me If You Can은 희대의 수표위조범 프랭크 에버그네일 주니어의 일대기를 다룬 실화기반의 영화이다. 스티븐 스필버그가 감독했으며 동명의 원작 서적을 기반으로 한다.

영화의 줄거리는 다음과 같다. 1960년대 미국의 고등학생인 프랭크 에버그네일(디카프리오) 은 갑작스런 부모님의 이혼에 충격을 받아 가출을 결심한다. 이후 미 전역을 돌며 파일럿, 의사, 변호사 등의 행세를 하며 수표위조로 큰 돈을 번다. 이에 FBI의 칼 핸래티(톰 행크스)는 프랭크를 끈질기게 추격하고 마침내 체포한다. 프랭크는 평생을 감옥에 있을뻔 하지만 FBI에서 수표위조 방지에 일조하는 대신 석방된다.

이 영화가 주는 가장 흥미로운 포인트는 극적인 스릴감이다. 프랭크 에버그네일과 칼 핸래티 사이에서 펼쳐지는 심리전은 관객들의 마음을 쥐락펴락한다. 프랭크 에버그네일의 기행은 너무도 담대하고, 명석하고, 강렬하다. 돈과 여자에 대한 그의 열망은 너무도 강렬해서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원초적 욕망을 자극할 정도이다.

그러나 조금 더 자세히 관찰해보면, 이 영화의 핵심은 범죄 그 자체에 있지 않음을 알 수 있다. 프랭크 에버그네일의 파란만장한 삶을 통해 나타나는 이 영화의 진정한 메시지는 매우 가족적이고 소박하다. 미 전역을 뒤집어 놓은 희대의 수표 사기극은 의외로 작은 곳에서 시작하고 끝난다. 본 글에서는 다음 두 가지 질문을 통해 이 영화의 진정한 메시지를 소개하고자 한다:

  • 왜 프랭크는 에 집착했는가?
  • 왜 프랭크는 수표위조를 택했는가?

돈: 가족 재결합의 강력한 갈망

영화의 초반부는 행복한 프랭크 가족의 모습을 조명한다. 사랑이 넘치는 부모님을 보며 자란 프랭크는 아버지를 매우 존경한다. 프랭크의 부모님은 종종 부엌에서 잔잔한 음악과 함께 춤을 추곤 하는데, 프랭크는 이 모습을 행복하게 바라보며 자란 청년이다.

그러나 프랭크의 행복은 영화의 초반부에서 끝이다. 행복한 초반부 이후 아버지가 갑자기 프랭크를 깨우는 장면은 프랭크의 험난한 인생을 암시한다.

얼마 지나지 않아 프랭크 아버지의 사업이 망하게 되고 프랭크의 가족은 작은 집으로 이사한다. 프랭크의 어머니는 이러한 상황으로 인해 극심한 스트레스에 시달리게 된다. 어느날 프랭크는 아버지의 친구와 엄마의 수상한 관계를 인지하게 된다.

불길한 예감은 틀리지 않는다. 곧 프랭크는 변호사로부터 부모님이 이혼한다는 얘기를 듣게 된다. 어린 프랭크는 아버지의 사업부도로 인해 어머니가 바람을 피운 것이라 추측한다. 이 모든 것들이 돈 때문에 일어난 것이라 생각한다. 이러한 일들을 받아들이기 너무 어려웠던 16세의 프랭크는 가출을 결심한다.

가출한 프랭크는 수표위조범이 되어 돈을 찍어낸다. 프랭크는 오직 돈만이 행복했던 가족의 지난날을 돌려놓을 수 있는 방법이라 믿었다. 열심히 수표를 위조하여 번 돈을 편지와 함께 아버지에게 보내게 되는데, 편지에는 다음과 같이 적혀있다. 프랭크가 가족의 재결합과 초반부의 행복을 얼마나 원했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I’m sorry, I ran away but you don’t have to worry. I’m gonna get it all back, daddy. I promise. I’m gonna get it all back.

도망쳐서 죄송해요. 하지만 걱정하지 마세요. 모든걸 돌려놓을게요 아버지. 약속해요. 모든걸 돌려놓을게요.

프랭크의 가족에 대한 열망은 영화 중반에도 잘 표현된다. 영화 내내 바람둥이로 살던 프랭크는 정착을 결심한다. 우연히 간호사 브렌다의 가족을 만난 프랭크는 브렌다 가족의 따뜻한 환대 속에서 잠시나마 자신이 그토록 그리던 가족의 따뜻함을 느끼게 된다. 그리고 브렌다와 결혼을 결심하게 된다.

브렌다의 부모님이 춤을 추는 장면에서 초반부 프랭크의 부모님이 춤을 출 때와 같은 노래가 흘러나온다 (Judy Garland – Embrace You). 이러한 연출은 프랭크가 얼마나 간절히 가족의 사랑을 바라는지 잘 나타낸다.

Embrace me, my sweet embraceable you. Embrace me, you, irreplaceable you

안아주세요, 나의 사랑스럽고 안아주고픈 당신. 안아주세요, 당신, 바꿀 수 없는 당신.

수표위조와 거짓말: 아버지를 향한 존경과 세상에 대한 복수

프랭크는 영화 내내 거짓말과 기만을 일삼는다. 프랭크가 거짓말로 자신의 목적을 달성하려는 이유를 영화는 아버지에게서 찾는다.

프랭크의 아버지는 프랭크의 선망의 대상이다. 프랭크의 아버지는 로터리 클럽 평생회원 가입연설에서 다음과 같은 연설을 하고, 프랭크는 진심을 담아 아버지께 박수를 보낸다.

Two little mice fell in a bucket of cream. The first mouse quickly gave up and drowned. The second mouse, wouldn’t quit. He struggled so hard that eventually he churned that cream into butter and crawled out. Gentlemen, as of this moment, I am that second mouse.

두 마리의 생쥐가 크림통에 빠졌습니다. 첫번째 쥐는 빠르게 포기하고 익사했지만, 두 번째 쥐는 포기하지 않았습니다. 그는 매우 열심히 저항했고, 결국 크림이 버터가 되어 쥐는 탈출할 수 있었습니다. 여러분, 이 순간, 저는 두 번째 생쥐입니다.

위의 연설문은 영화 내내 반복되며 프랭크가 곤경에 처할때마다 사용해먹는다. 사실 프랭크의 사기행각은, 크림통에 빠진 쥐의 무엇이라도 해보겠다는 필사적 발짓과도 같은 것이다.

거짓말이 수도 없이 반복되는 이 영화의 첫번째 거짓말은 아이러니하게 프랭크 아버지의 거짓말이다. 아버지는 은행에서 대출 심사를 받기 위해 양복점에 들러 프랭크의 양복을 대여하려 한다. 가게를 아직 열지 않았다는 점원의 말에 프랭크의 아버지는 거짓말로 목적을 달성하려 한다. 그리고 프랭크는 이 모든 과정을 옆에서 지켜본다.

프랭크와 그의 아버지는 결국 어렵사리 양복을 구해 은행에 도착한다. 하지만 은행은 대출을 완강히 거부하고 결국 아버지의 사업은 파산에 이르게 된다. 사실 대출거절의 큰 사유 중 하나는 아버지가 탈세로 국세청 조사를 받고 있다는 점이었다. 그러나 어린 프랭크에게는 사랑하는 아버지에게 대출을 해주지 않은 은행의 무자비함만이 느껴졌을지도 모른다.

부모님의 이혼 후 집을 나간 프랭크는 직업위조와 수표위조를 일삼으며 사기행각을 벌인다. 어릴적 아버지에게서 보고 배운대로 수표위조를 위해 복장(파일럿 제복, 양복 등) 을 잘 갖춰입고, 목걸이로 여성을 매수하는 수법을 반복해서 사용한다. 프랭크가 수표위조로 돈을 벌게 된 것은 우연히 아니다. 아버지의 대출을 거부한 은행권에 대한 복수와 실패한 아버지의 방법으로 성공하고자 하는 무의식적 욕망이 프랭크를 수표위조로 이끌었다. 프랭크는 제복을 입고 위조수표를 현금으로 교환하며 은행을 조롱한다.

프랭크의 아버지도 프랭크의 사기행각을 눈치챈다. 그러나 그는 프랭크를 만류하지 않는다. 사실은 본인의 억압된 욕망을 프랭크가 대신 실현해주기를 바랬을지도 모른다.

Where are you going Frank? Some place exotic? Just tell me where you are going.

어디를 갈거니 프랭크? 어디 이국적인곳? 어디 갈건지 내게 한 번 말해다오.

화려한 이야기의 소박한 종점: 가족의 재결합

영화 Catch Me If You Can는 굉장히 큰 스케일의 이야기를 다룬다. 이 영화는 멋진 바람둥이 프랭크가 미 전역을 누비는 화려한 이야기이다. 프랭크는 수표위조를 통해 FBI 요원들을 물먹이고, 여자들을 농락하며 미국 방방곳곳을 누빈다. 그러나 이 화려한 이야기는 아주 아이러니하게도 작은 도시에서 출발하고 끝난다.

용의주도한 프랭크는 프랑스의 작은 도시인 몽샤드에서 체포된다. 몽샤드는 프랭크의 부모님이 처음 만난 곳이다. 프랭크가 그 먼 몽샤드에서 위조수표를 열심히 찍어내고 있었던 것은 결코 우연히 아니다. 프랭크는 부모님의 추억이 담긴 작은 도시에서 염원을 담아 위조수표를 열심히 찍어내고 있었다.

스필버그는 실화에 더욱 극적인 이야기를 덧붙여 이러한 주제의식을 부각시킨다. 잡으려도 잡을 수 없었던 프랭크의 용의주도한 모든 행각은 경찰이 아닌 어머니로 인해 끝난다. 프랑스에서 체포되어 미국으로 돌아오는 비행기에서 프랭크는 아버지의 죽음소식을 듣게 된다. 프랭크는 오열하며 화장실로 향하고, 비행기 밑바닥을 뜯고 도망친다. 그렇게 도망친 프랭크는 그토록 보고싶었던 어머니의 집으로 향하게 된다.

창문 너머로 한 소녀가 다가오고, 프랭크는 소녀에게 너희 엄마가 누구냐며 묻는다. 소녀는 아무렇지 않게 프랭크의 어머니를 가리킨다.

프랭크가 그토록 달려 찾아온 집은 프랭크의 집이 아니다. 따뜻하고 행복해보이는 그 집은 프랭크의 가족이 사는 집이 아니다. 그렇게 되고 싶었던 자기 자신은 유리창 너머에 내가 아닌 한 소녀의 모습으로 나타난다. 프랭크가 필사적으로 가지고 싶어했던 것은 이 소녀에게는 너무나 당연한 것이다. 인생을 바쳐 행복한 자신의 가정을 되돌리려 했던 프랭크는 자신이 실패했음을 깨닫는다. 잡을 수 있으면 잡아봐라며 경찰들을 조롱하고 은행들을 농락했던 프랭크는 모든 것을 포기하고 경찰에게 체포된다.

때로는 파일럿, 의사, 변호사, 바람둥이, 제임스본드 등 화려하고 기만스러운 프랭크 에버그네일의 거짓된 삶은, 사실은 행복했던 가족을 찾아다녔던 한 청년의 삶으로 이해할 수 있다. 이 영화는 사실 화려한 사기꾼의 파란만장 스토리가 아닌 한 청년이 지극히 평범한 삶을 찾아 필사적으로 저항하는 비극적 스토리이다.

캐치 미 이프 유 캔
<출처: 다음영화>

FBI에 체포되어 감옥에 복역하던 중, 프랭크는 감형을 조건으로 수표위조범 수사에 협조할 것을 권유받는다. 이후 프랭크가 FBI에서 요원이 되어 많은 수표위조범들을 잡는 것으로 영화는 마무리된다.

영화 Catch Me If You Can은 인간의 강렬한 욕망의 근원을 잘 나타내는 영화이다. 많은 아이들의 비정상적인 행동과 열망은 사실 부모로부터 올때가 많다. 부모에게서 인정받기 위해, 혹은 부모를 기쁘게 하기 위해 아이들이 필요 이상의 노력을 할때가 많다. 비극은 아이들의 노력이 부모의 욕망을 채울 수 없음을 깨닫고서는 결국엔 체념하게 되는 것이다.

그러나 다행히도 인생에는 두번째, 세번째 기회들이 있다. 프랭크를 잡기 위해 고군분투했던 요원 칼 핸레티는 프랭크의 재능을 알아보고는 요원의 기회를 제공한다. 다시금 도망치려 했던 프랭크는 칼의 믿음에 부응하고자 FBI로 돌아와 일한다. 어쩌면 우리 인생에는 부모가 아닌 다른 사람을 통해 치유받는 기회가 있을지 모르는 것이다.

영화의 서두에서 나온 연설과 같이, 프랭크 에버그네일은 두번째 쥐다. 비록 우유통에 빠졌지만, 불운한 그의 삶에 대해 그 나름대로 필사적으로 저항했다(방법의 정당성은 문제가 있다). 이후 범죄를 막기 위해 노력한 그는 큰 공로를 인정받았다. 이후 구글에서 강연을 했는데, 자신이 얼마나 어린아이였는지, 아버지와 가족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역설한다. 지금은 세 아이의 아버지로 행복하게 살고 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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